제목 | 벼락바위와 산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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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민속/전설 |
내용 | 벼락바위와 산막(山幕) 남포면(藍浦面) 양기리(陽基里) 뒷산에 오르면 (벼락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벼락을 맞은 듯 자국이 남아 있어서 벼락바위라고 부르는 바위다. 옛날 충청도 남쪽에 사는 선비 한 사람이 과거를 보러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과거에 급제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동안 집안에 우환이 겹치고 해서 몇 해를 보내다가 금년에야 소원을 성취시켜야겠다고 바쁜 걸음으로 한양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그가 바쁜 걸음으로 집을 떠나자 하 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가 하늘을 쳐다보고 비가 올 것 같아서 주막까지 바쁜 걸음으로 걷는데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할 수 없이 근처의 바위에 몸을 피하고 젖은 옷을 벗어서 한쪽 바위 속에서 말 리고 있는데 한 처녀가 굴속으로 쑥 들어오더니 꼼짝 못하는 것이었다. 그도 어이가 없어서 처녀를 바라봤다. 그 처녀도 비에 흠뻑 젖어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굴밖엔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비는 어둠이 밀려오면서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색시는 굴 밖을 내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선비는 굴속에서 길로 나서자니 빗속을 걸을 것 같아서 그냥 굴속에서 잠이 들었다. 그가 잠이 들어서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네가 과거에 장원급제한다고 크게 되는 것은 아닌 법 너는 조금 전에 만났던 그 색시를 맞이해야 크게 되는데 아깝노라 내일은 일찍 떠나도록 하라」 하곤 산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꿈속에서 깨어났다. 이상한 일 이라고 생각하여 몸이 으시시 떨리고 해서 불을 피울려고 부싯돌을 켜서 불을 만들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곁을 바라보니 거기에 찬과 밥이 들은 바구리가 하나 놓여있었다. 그는 그때서야 산신령이 보낸 색시였구나 하고 아쉬워하면서 밥을 먹고 조금 쉰 다음 새벽에 길을 떠났다. 그가 길을 떠날 때도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가 굴속을 나와 길을 재촉하는데 하늘에선 요란스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뒤에서 땅이 깨지는 소리같은 소리가 들려서 그가 뒤를 바라보니 조금전에 자기가 쉬였던 바위가 벼락을 맞아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는 그 길로 한양으로 올라왔다. 과거시험장까지 겨우 다다른 그는 시험장에 도착해서 시험을 보았다. 장원급제였다. 그는 하늘이 도운 거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바위를 찾았었다. 자기가 하루저녁을 쉬였던 굴속은 허무러져 있었다. 그는 굴이 있었던 곳에 가서 한 쪽을 바라봤다. 거기엔 도포 한벌이 놓여 있었다. 도포끈은 도포 위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개나리 봇짐을 내려놓고 주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색씨가 숨어있는 것 같았고 도포는 그 색씨가 자기에게 마련해준 도포 같았다. 그는 바위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색시는 없었다. 그는 도포와 도포 끈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 벼슬을 하러 가는 길에 이곳을 또 들렀었다. 도포자락이 놓여 있었던 자리에 갓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자기가 쓰고 있는 갓을 그 자리에 놓고 그 새갓을 쓰고 한참 헤메 다가 색시를 찾지 못하고 그냥 한양으로 올라왔다. 그는 벼슬길에 올라 순탄하게 벼슬살이가 시작되었다. 조정에서는 그를 사위 삼아야겠다고 여러 대감들이 그를 불렀었다. 허나 어쩐 일 인지 장가를 간다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선뜻 대답을 못했었다. 하루는 한 대감의 부름을 받고 대감집에 갔다가 대감의 딸과 맞선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젠 결혼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곤 그냥 승낙을 했었다. 그래서 몇 달후 내일은 장가가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일찍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한 사람이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 것 그래 사람의 은공을 그렇게 모르다니 너는 끝장이다 끝장이야 이젠」 하곤 사라졌다. 그는 무슨 이야긴지 생각하였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대감집 딸과 결혼을 하고 큰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는 그후에도 순탄하게 벼슬살이를 했었다. 그후 집에 가는 일도 있었지만 굴속 근처는 다시 찾아가지도 않았다. 그런 세월속에서 몇 년이 흘렀다. 아내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냥 죽어 버렸다. 거기다가 큰 사화(士 禍)가 있어서 그는 죄인이 되어 관직을 박탈당했다. 그는 너무나 허망해서 두문분출하고 있는데 하루는 비가 주룩주룩 오곤해서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었었다. 그가 잠을 자는데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한 사람의 발자취는 남겨야 하는 것 ─ 뭘 여기서 꾸물대고 있는고 그 바위를 찾아가라 여기 있다간 사흘만에 목숨이 없어지리라」 그는 꿈에서 깨어나서 그 길로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가 바위 근처로 올라가니 초막(草幕)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초막속으로 쑥 들어갔다. 초막속엔 방이 있었고 한 늙은 새댁이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그 가 자세히 살펴보니 옛날 여기에서 만난 색시였다. 그들은 그래서 여기서 새살림을 시작하였다 한다. |